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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랩/슙랩] 연결의 매개체는 사탕


W. 주방장
For. 난힌


  김남준, 야. 그 선배 또 왔는데. 요즘 남준의 고민거리가 있다면 매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와서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가는 한 3학년 선배 때문에 반에서 자꾸 자신이 유명해진다는 것이다. 너, 윤기선배랑 친해?. 올해 2학년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저를 찾아오는 선배와 친하냐는 물음이었고 두 번째로 많이 들은 말은 너 이제 어떡해, 찍힌 거 아냐? 라는 물음이었다. 찍힌 걸로 보인다면 저는 많이 억울하다. 가고 싶은 동아리가 없어 대충 생각 없이 선택한 영화감상부에 들어갔더니 웬 소위 말하는 노는 무리들이 잔뜩 있었고 그중에 대충 떨어진 빈자리에 앉았더니 그 무리들에게서 깡이 좋다느니, 죽을 거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고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한 선배의 자리가 제가 모르고 앉은 자리였다는 그런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회색으로 탈색한 머리와 흰 피부가 조화롭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다시 돌렸는데 당연히 그 무리들로 갈 줄 알았던 남준은 제 옆 의자가 끌려 나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기겁했다. 장학금을 받으면서 입학했을 때 학생회 선도부에 들어가서 선배들에게 주의를 받은 것은 민윤기는 포기하라는 말이었다. 어떻게 봐도 확 튀는 머리가 있으면 눈을 찔러서라도 못 본 척을 하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윤기에 대해 이것저것 상상했었다. 작은 체구와 마른 몸에서 나오는 기는 웬만한 깡패들보다 더 센 거 같아 남준은 영화가 틀어지길 간절히 기다렸다. 셔츠에 넥타이만 겨우 걸친 윤기의 시선이 무서워 프로젝터만 거의 노려보는데 아예 턱까지 괴고 대놓고 쳐다보던 윤기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거기 내 자린데.'


 아, 그래서 저 무리들이 내 목숨을 가지고 운운했던 건가. 낮은 목소리가 잔잔한 웃음기를 머금고 있어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정확히 그 일 이후 윤기의 스토킹 아닌 스토킹이 시작됐다. 평소 일찍 와 선도를 서고 있을 때면 늘 윤기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는데 그날이 있고 3일 후 윤기는 등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나타났다. 들은 말에 의하면 늘 3교시 즈음에 온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제시간에 학교에 와 꼭 남준을 쳐다보며 유유히 가는 윤기에 남준은 앞으로 남은 2년의 학교생활은 글렀다고 생각했다. 선배들의 걱정 어린 말들에 더욱 착잡해진 남준은 애써 괜찮은 척 다니고 있었는데 이젠 아예 교실까지 찾아와 보기만 하고 가는 윤기에 자신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 하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했다. 불러내지도 않고 그저 빤히 쳐다보기만 하다 가는 윤기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학교가 가기 싫어져 왜 그 흔한 감기도 잘 안 걸리는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차라리 불러내서 때리길 하든가, 셔틀은 시키든가 하는 게 나았다.


"너 뭐 잘못했냐, 왜 그래?"
"몰라, 나도. 내가 알면 이러고 있겠냐, 진짜..."
"헐, 너 이유 없이 찍힌 거?"
"아니 진짜, 뭐 자리에 이름이라도 써놨어? 내가 그 자리가 그 선배 자리인 걸 어떻게 아냐고."
"적당히 눈치 봐서 피했어야지, 멍청아."


 피할 수 있었으면 진작 피했지. 머리를 잔뜩 헤집으며 책상에 엎드린 남준을 안쓰럽게 보던 호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머리만 쓸어줬다. 이번으로 윤기의 시선이 두 달을 넘어서 세 달로 이어지고 있었다.  꼭 화난 고양이가 쳐다보는 듯한 시선에 문제집을 풀다가도 덜컥 손이 멈추기 일쑤였다. 매주 동아리 시간이 돌아왔을 땐 학생회라는 이유로, 아프다는 핑계로 다 빠지기도 했었다. 이젠 대놓고 피할 핑계가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대로 부교실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부리나케 스크린이 잘 보이는 앞자리에 앉았다. 빨리 선생님께서 영화를 틀어주고 가시길 기다리다 윤기랑 마주치는 게 무서워 엎드려 눈을 감은 채 숨만 의식적으로 쉬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꽤 가벼운 발걸음이 가까워지는 느낌에 숨도 멈추니 역시나 옆에 누가 앉는다. 옆에 앉을 사람이 없는 건 제일 잘 알고 있었고 그날 제가 의도치 않게 뺏었던 자리랑은 최대한 피해서 앉았었는데 그때마다 굳이 제 옆에 와서 앉았다. 부를 바꿔달라고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하나 싶었다. 부러 자는 척 눈을 감고 최대한 고르게 숨을 쉬는데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절로 몸이 굳었다. 자연인가 보네. 머리를 헤집는 손길이 꽤나 부드럽다. 낮은 목소리가 차갑기보단 따듯해서 더 놀랐던 거 같다.

 일어날 타이밍은 이미 놓친 후인 터라 윤기의 손길을 계속 받기로 한 남준이 슬슬 진짜로 몰려오는 졸음에 그대로 눈을 감았다. 동아리 시간이 3시간 정도 되니 1교시만 자고 일어날 생각이었다. 머리를 만지는 손길이 따뜻해서 처음으로 학교에서 잠들었다. 주위가 조용하길래 감았던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자 언제 끝난 건지 아무도 없었다. 설마 싶어 시계를 확인해보니 공식적으로 수업이 끝날 시간을 아니라 참았던 숨을 한 번에 토해내며 눈을 감았다. 영화가 짧았는지 일찍 끝났고 다른 노는 무리들은 어디로 나간 듯싶었다. 옆이 휑한 걸 보니 윤기도 나간 것 같았다. 불이 꺼진 교실에 혼자 남아있다는 게 꽤 좋았으나 한편으로는 쓸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교실이나 구경을 할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문이 열리고 정적이던 교실에 드륵, 하는 소음이 채워졌다. 들어온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윤기였다. 양아치라는 수식어에 비해 복장을 제외하고는 딱히 소위 말하는 일진 같지 않았다. 교실에 돌아오는 것을 제외하고도 학교 성적은 매우 우수하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의고사 등수를 알리는 종이가 교무실에 떡하니 붙어있었는데 맨 위에 있던 이름은 놀랍게도 윤기의 이름 석 자였다. 입에 문 것에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쓴 채 쳐다보니 시선을 느꼈는지 손을 들어 흰 막대를 잡아 꺼내더니 사탕인 것을 보여준다.


"담배 안 피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뭐, 너 담밴 줄 알고 본 거 아니고?"


 날카롭게 정곡을 찌르기에 더 이상 대답할 길이 없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이 분위기에 나가기는 글렀다 싶어 다시 자리에 앉으니 익숙하게 걸어서 또 제 옆에 오는 것에 이젠 딱히 무섭지 않았다. 보기와는 다른 걸 알았고 제게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게 아닌 걸 알았으니 어색한 걸 제외하곤 별로 걸리는 건 없었다. 다시 조용해진 교실에 간혹 윤기가 입안에서 사탕을 굴리는 소리만 간간이 울렸다. 원래 사람을 살피는 성격인지라 손장난만 치며 옆에서 윤기의 눈치만 보는데 순간 눈앞에 뭔가 들이밀어졌다.


"안 받아?"
"아니, 아니요. 받아요, 감사합니다..."


 포도맛이라는 걸 알리듯 포도 그림이 그려져있는 막대사탕에 눈만 깜박이다 조금 날선 목소리에 급하게 받아든 채 어색하게 사탕만 보고 있자니 안 먹냐는 의미를 담은 시선이 따라온다. 사실 막대사탕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좋아는 하지만 까는 게 힘들어 잘 안 먹었는데 이렇게 받으니 난감했다. 예의가 있으니 바로 까서 먹기는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제 손톱이 제 기능을 못 한다. 막대 부분을 잡고 단단히 포장된 비닐을 몇 번 떼려 하는데 자꾸만 손이 미끄러졌다. 사탕 하나도 제대로 못 까는 이미지로 찍히는 건 시간문제다. 놀리듯 까지지 않는 사탕에 인상만 쓴 채 몇 번 다시 잡아뜯는데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제 손에 들린 사탕을 빼간다.


"이걸 못 까냐, 손은 장식이지?"
"그, 그게 잘 안 까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잘 안 먹는데."
"아, 이게 안 까진다고."


 지익, 하는 소리와 함께 꽤 진한 분홍색의 사탕이 모습을 드러냈다. 먹지 말라고 하는 듯 안 까지던 게 쉽게 벗겨져 오자 멍하니 윤기의 손에 있던 사탕껍질을 보던 남준의 입에 사탕이 들어왔다. 갑자기 입안에서 퍼지는 달달함에 입에 문 채 윤기를 쳐다보자 눈을 접어가기까지 하며 웃고는 손을 뻗어 아까와 같이 머리를 헤집는다. 앉은키는 비슷해서 윤기의 키가 작다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먹여달라고 하는 거 같길래. 웃으니 날카롭던 눈매가 순하게 접힌다. 귀엽다고 느낄 정도로 웃는 모습이 평소 모습의 분위기와는 차이가 확연했다. 칙칙하다고 느낄 남고에서 사탕 하나로 꽤 오묘한 분위기가 났다. 입안에서 굴려지는 사탕이 달아서 분위기가 유하다고 느낀 건지, 아님 진짜 분위기가 부드러운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사탕 싫어하냐. 옅게 웃음을 띠고 묻는 것에 사탕을 한 번 굴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잘 못 까서 안 먹는 거지, 좋아해요.


"그럼 사탕 까서 주면 좋아하겠네."
"...네. 먹기 편하니까."
"내가 먹기 편하게 까서 주면 나 좋아하겠네."
"그렇, 죠. ...잠깐, 뭐, 네?"


 뭔가 말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윤기가 가까워진 후였다. 잘생겼다는 생각이 드는 얼굴이 가까워지자 놀라 그대로 몸을 빼는데 빼지 못하게 팔을 턱 잡고 가까이 다가오는 윤기에 그대로 눈을 감고 몸을 살짝 움츠리자 낮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놀리는 것이었나 싶어 천천히 눈을 떠 고개를 들자 여전히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여전히 가까운 거리에 시선만 아래에 두고 있자 입안에서 존재를 알리던 달달한 사탕이 빠져나가는 것에 시선이 저절로 따라가는데 눈 깔아, 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겁먹어 그대로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얼마 안 가 다시 입으로 들어온 사탕에 다시 퍼지는 단맛에 안심이라도 한 듯 입안에서 사탕을 한 번 굴리던 남준이 달라진 맛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입안에서 퍼지는 향은 포도향이 아닌 딸기향이었다. 놀라 윤기를 쳐다보니 자신의 입안에서 굴리며 물고 있던 사탕을 꺼내 보여주는 것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 입안에 있던 포도맛 사탕이었다. 저게, 저 선배 입에 있다는 건... 지금 내가 물고 있는 게. 제 입에 있는 사탕이 윤기가 물고 있던 사탕이랑 걸 안 남준이 빠르게 입안에 있던 사탕을 빼고 윤기를 보자 사탕을 문 채 소리 내 웃었다.


"표정 봐라, 존나 웃기네."
"지금, 무슨...."
"내가 사실 포도를 더 좋아해서."
"그, 그렇다고 먹던 걸...! 아니 다시 사서 먹으면 되는 거를..."
"아, 지금 내가 뺏어서 그래?"


 나름 좋아하는 맛이었는데 이렇게 입에서 사라지니 꽤나 아쉽다. 무엇보다 간접, 간접적인 스킨십이라니. 사탕이 사라진 것에 대해 투덜거리던 남준이 순간 사태 파악이 완벽하게 되자 그대로 멍하게 윤기를 쳐다봤다. 뭐가 그리 웃긴지 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는 게 꽤 어울려 그대로 정신을 놓고 쳐다보고 있던 남준이 이내 자신이 뭐 때문에 이러는지 생각해내고 무섭다는 사실도 잊은 채 입을 열었다. 이거, 간접... 무튼, 그런 거잖아요. 입 밖으로 꺼내기도 오글거리는 단어라 멈칫한 남준이 말을 얼버무리자 큭큭대며 웃던 윤기가 아무렇지 않게 되물었다. 간접키스라고?


"네, 그리고 좋아하는데..."
"내가 주면 또 날 좋아하겠네?"
"아, 그 좋아한단 소리는 좀 그마...!"


 와드득. 사탕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남준의 손에 들려있던 딸기맛 사탕이 바닥에 떨어졌다. 자꾸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는 거 같아 인상을 찌푸리고 그만하라 말하려 한순간 남준의 투덜거림이 윤기의 입맞춤으로 인해 먹혀들어갔다. 투덜거리며 말하느라 벌어져있던 입으로 꽤 큰 사탕 덩어리가 들어왔다. 입안에서 다시금 퍼지는 달달한 포도맛이 이상하게도 더 달아 혀를 내어 더 받아먹었다. 입안에서 녹여먹으려는지 떨어지지 않고 목덜미를 붙잡은 채 고개를 틀어 진하게 입을 맞추는 윤기에 당황스러운 눈으로 집중을 한 건지 눈을 감고 있는 윤기를 봤다. 시선을 알아챘는지 눈을 뜬 윤기가 눈을 접어웃었다. 눈웃음이 순하다, 라는 생각이 다시 들려고 할 즈음 흰 손이 그대로 눈에 내려앉았고 그 손에 어쩔 수 없이 남준이 눈을 감았다. 아예 눈 부근을 누르고 있는 윤기의 손에 앞이 안 보여 불안해 주먹만 말아 쥐자 입안에서 열심히 사탕을 녹이고 있는 혀가 더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갑작스레 당한 입맞춤이었고 남중 남고 루트를 밟은 남학생이 감당하기엔 너무 수위가 높은 스킨십이었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느낀 남준이 떨리는 손으로 윤기를 밀어내자 쉽게 떨어져 나간다. 숨이 차지도 않는지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볼을 툭툭 치는 손길에 없던 열이 확 오르는 기분이었다. 숨이 찬 것도 있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그런 것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 남준의 앞에 있는 민윤기라는 무서운 선배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아서 그랬다.


"너 얼굴 빨개졌는데."
"...아닌, 아닌데요. 그냥, 숨이 막혀서, 그래서."
"더 빨개졌는데."
"그, 그야 선배가 자꾸 이러시니까..."
"떨려서?"


 떨려서? 라는 물음에 바로 고개를 끄덕인 남준이 뭔가 아차 싶어 빠르게 고개를 들어 올려 윤기를 쳐다보자 활짝 웃고 있다. 말렸다, 윤기의 페이스에. 그것도 완전. 이게 무슨.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책상 위에 엎어진 남준을 귀엽다는 듯 쳐다보던 윤기가 손을 들어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었다. 결코 하얗다고 하지 못할 피부임에도 빨개진 게 여실히 보였다. 엎드리니 귀도 만만찮게 붉은데 본인은 모르는 듯 엎드려 있는 모양새가 꽤 귀여워 잠자코 쓰다듬기만 하는데 잘 받는다. 낑낑대는 강아지가 떠올라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던 윤기가 더 빨개질 요량인지 계속 붉게 달아올라있는 귀를 건드리자 일어나 귀를 잡고 경계 어린 눈길로 쳐다본다. 무, 뭐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나오면 이쪽이 꽤 곤란하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짓인데 변태로 몰고 가는 것은 당황스러운데 떨리는 눈동자에 크게 웃음을 터트린 윤기가 다시금 손을 뻗어 남준의 목덜미를 잡자 움찔하는 게 느껴져 다시금 소리 없이 웃었다. 긴장을 했는지 굳어있는 목을 살살 주무르자 금세 또 얌전해지는 것에 웃음이 가실 생각을 않는다. 조금 진정이 된 건지 몇 번 헛기침을 내뱉는 남준을 턱을 괴고 쳐다보던 윤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나 좋아하는 거네, 너."


 겨우 진정된 남준의 얼굴이 다시 빨갛게 물들었다.


+外) 민윤기의 짝사랑 방식
"야. 존나 귀엽게 생겼지, 쟤."
"글쎄, 걔는 너 무서워하는 거 같던데."
"날? 왜."


 생각해봐라, 눈 존나 찢어지고 누가 봐도 씹양아치인 선배가 매일 쳐다보고 있어봐. 얼마나 공포냐? 나였음 학교 때려치웠어. 친구의 말에 인상을 구긴 윤기가 조금이라도 표정을 풀고 문제집을 집중해서 푸는 남준을 쳐다봤다. 제도 샤프를 꾹 쥐고 집중을 해선지 입술을 깨무는 행동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소위 말하는 노는 애들, 흔히들 일진들이라고 부르는 학생들의 집합소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영화감상부에 선도부가 들어온 것은 으레 없는 일이었다. 물론 몰라서 다른 학생들과 멀리 떨어져 앉았을 게 뻔했지만 꽤 세다면 세다고 할 수 있는 인상이 순하게 가라앉아있던 게 제 눈에 퍽이나 귀여워 보였다. 보통이라면 무시하고 다른 자리를 찾았을 상황에도 굳이 옆자리에 앉아서 잔뜩 굳어있는 어린양을 구경했었다. 옆에 앉은 저를 엄청나게 신경 쓰고 있던 주제에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언제 그랬는지 영화에 집중을 하는 그 얼굴이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살짝씩 움츠리던 어깨가 유난히 귀여웠다. 김남준이라. 명찰에 박힌 이름을 보고서 남준이라는 이름도 어울린다 생각하며 주위에게 물어 남준이 선도부를 한다는 걸 알아내 평소면 자고 있을 시간에 몸을 일으켜 오랜만에 제시간에 등교를 했다. 자신을 보자마자 굳어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며 부산스레 움직이는 몸이 덩치가 있음에도 답지 않게 맹한 구석은 남준을 더욱 윤기의 눈에 귀엽게 비치게 했다. 저를 무서워하는 걸 알고 나서는 교실에서 쳐다만 봤었다. 간혹 남준에게 그 나이 또래가 그렇듯 어느 정도 수위가 있는 장난을 거는 학생들에 간혹 눈살을 찌푸리긴 했어도. 인상이 인상이라 그런지 싸움을 잘 하는 줄 아는 멍청한 무리들에 그럭저럭 이미지로 나름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 근거에 힘이나 더 실어줄까 싶었다.


"부르기라고 해보지 왜 이러고 있냐. 등신같이."
"나 무서워한다며, 씨발아. 어떻게 부르냐. 불러냈다가 울리기라도 하면."
"별, 됐다. 너한테 말 안 해."
"정신 사나우니까 닥치고 있어, 좀."
"그런다고 쟤가 아냐. 백날 그러고 있어봐라. 알아주나."
"새끼가 진짜, 뒈지고 싶냐. 아, 근데 어떻게 해야 나 안 무서워하지."
"일단 그 좆같은 행색이나 고쳐, 고치기를. 생날라리를 어떻게 안 무서워하냐."

+外 2) 선도부 애인은 날라리 애인도 바꾼다.
"준아, 형 머리 어때."
"어, 머리 덮었네요? 되게 잘 어울린다. 그러게 진작에 검은머리를 하지 그랬어요."
"왜, 더 반했어?"
"아니, 그런 건 왜 자꾸 물어요... 진짜."


 그래서, 별로라고? 웃음기를 싹 빼고 묻는 윤기에 연신 고개를 내저은 남준이 울며 겨자 먹기로 윤기에게 짧게 볼에 뽀뽀해주고 나서야 사태가 일단락됐다. 누가 봤을까 싶어 연신 또 붉어졌을 얼굴만 쓸어내리던 남준의 손을 잡아내려 눈을 맞춘 윤기가 손을 뻗어 자신보다 한 뼘이나 큰 남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길이 좋은지 옅게 웃으며 받고 있는 얼굴이 귀여워 부러 아침에 가져온 사탕을 이빨로 뜯어 까자 놀란 눈이 따라온다. 그러다 이 나가요.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어깨를 으쓱이곤 그대로 사탕을 입에 물자 자길 주는 줄 알았었는지 살짝 인상을 쓰는 얼굴에 손을 들어 올려 구겨진 미간을 살살 눌러 펴주자 또 금방 표정이 풀어진다. 저 주는 줄 알았잖아요. 치사하게 혼자 먹냐. 입안에서 한참을 굴리며 남준을 올려다보던 윤기가 친구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남준에 표정을 굳히고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빼 다른 한 손으로 남준의 고개를 돌려 입 맞췄다. 옷자락을 쥔 손의 힘이 다 빠져나가자 입꼬리를 살짝 올린 윤기가 남준에게서 떨어져 당황으로 물들어 있는 얼굴을 보며 웃다 점점 붉어지는 뺨을 툭 건드리곤 조금 전까지도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남준에게 물려주고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 와, 내일. 동아리 때 먹게."


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뭔..
급히 쓴 거 티 너무 많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공부 잘하는 일진 윤기의 귀여운 짝사랑이 보고 싶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글이 나왔네요..
이게 뭡니까 이게..
슈랩 슙랩 랩른 윤기남준 슈가랩몬 랩총 슙랩팬픽 방탄소년단 팬픽 슙랩 랩총 랩른 남준총수 랩몬스터총수 (발악)
마지막으로 이런 글을 받게 된 난힌님... 사랑합니다 너그러이 봐주세요..
+ 제목 왜 저러냐 물으면 차마 지을 게 없어서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답니다..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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