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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른 : 단편

[슈랩/슙랩] 해열제

주방장 2017. 4. 2. 23:52

 

 

 

 

 

[슈랩/슙랩] 해열제

 

 

 

 

랩른전력 주제 '해열제'로 참여합니다.

 

 

 

W. 주방장

 

 

 

 

야, 김남준. 수업 끝났어, 안 나가? 너 뭘 그렇게... 어디 아프냐? 열 나는 거 같은데. 이마를 부드럽게 짚는 손길에 멍하니 문쪽만 바라보던 남준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제 앞에서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대는 호석을 올려다봤다. 이내 자신의 이마도 짚어보더니 확실히 조금 열이 있는 거 같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안 아파, 더워서 그래, 인마. 살짝 찬 기가 없지 않아 있는 손을 치워내고 책들을 정리해 가방에 집어넣은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약속에 늦었다며 잔뜩 투덜거리면서도 기다려주는 호석에 빠르게 강의실에서 나온 남준이 강의실 앞에서 동기들과 떠들고 있는 인영에 급히 다시 들어갔다. 잘 나오다 뭐에 들키기라도 한 듯 급하게 들어가 버리는 남준에 흘러가는 시간을 보며 혀를 한 번 찬 호석이 핸드폰을 들었다. 미안한데, 먼저 가 있어. 금방 가.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고 끊은 호석이 마구 얼굴을 문지르며 눈만 깜박이는 제 친구를 뚱한 시선으로 봤다. 안 가냐, 나 배고픈데.


 

"아, 어. 가."
"대체 뭘 봤길래 그...래. 어, 윤기 선배?"
"무, 뭐? 야...!"



 

 어, 너 여기서 뭐 하냐. 특유의 낮은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크로스백을 메고 발만 구르던 호석에게 다가온 윤기가 호석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오롯이 윤기의 시선을 받자 화끈거리는 얼굴에 남준이 시선을 피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뭐야, 쟤 어디 아프냐. 남준을 가리키며 턱짓을 하는 윤기에 저도 모른다며 고개를 젓던 호석이 아까부터 터질 듯 울리는 전화에 한숨을 내쉬며 남준에게 인사를 하고 뛰어갔다. 나, 나 먼저 간다. 여전히 한 손으로 얼굴은 가린 채 손만 흔들어 인사를 하고 얼굴에 자리 잡은 열기가 사그라들 때 즈음 남준이 고개를 들었다. 심호흡도 몇 번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보이는 건 윤기의 얼굴이라 바보같이 억, 하는 소리를 낸 남준이 뒤로 물러서며 몸을 살짝 뒤로 빼려 했다. 겨우 진정시켰더니만 다시금 얼굴에 열이 차오른다. 아, 아... 놀랐잖, 아요. 당황해 삑사리까지 나는 목소리에 헛기침을 하며 한 발짝 물러서는데 갑자기 잡힌 손목과 동시에 윤기의 얼굴이 보다 가까워져 놀란 남준이 헉 하고는 숨을 들이켰다. 잡힌 손목부터 몸 전체가 뜨거워졌다.



 

"야, 준아. 너 어디 아프냐. 얼굴이 빨간데."
"아니, 네. 아니.. 아무것도. 그냥 더워서."
"열도 좀 있네."
"아니, 그게 아니라.."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제 뒤통수를 단단히 잡고 있는 윤기의 손과 이마가 맞닿아 까닥하면 입술이 닿을 거 같은 거리에 눈을 질끈 남은 남준이 애꿎은 주먹만 말아 쥐었다. 무슨 이런 말하기도 민망한 스킨십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지금 제 얼굴은 안 봐도 어떤 상태일지 뻔히 보였다. 흰 피부가 아님에도 빨개지는 건 어찌 그리 잘 보이는지.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은 손이 떨어지고 맞닿아 있던 이마가 떨어지는 걸 느끼자마자 퍼뜩 고개를 들은 남준이 아래서 살짝 올려다보는 시선에 괜히 주위를 부산스럽게 쳐다봤다. 아, 여기 인테리어 새로 했다던데... 이거구나, 예쁘네. 이젠 목까지 뜨끈한 느낌에 잡히지 않은 손을 들어 목덜미를 한 번 쓸은 남준이 여전히 잡혀 온기를 전하고 있는 얇은 손목을 내려다봤다. 흰 피부와는 대조되는 핏줄 돋은 손이 이상하게도 조화롭다. 아직도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 고개를 몇 번 흔들었다.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둘만 있다는 사실이 또 머리를 빙 돌게 만들었지만 애써 침착하며 윤기를 내려다 본 남준이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어, 근데... 선배.



 

"아, 손. 미안."
"...그, 괜찮, 괜찮아요. 정말로."



 

 그럼 됐고. 어깨를 으쓱이고는 목 주변을 긁적인 윤기가 몸을 돌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점심이나 같이 먹자, 너 때문에 애새끼들 두고 와서 혼자야. 멍하니 이마만 만지작거리던 남준이 들리는 목소리에 눈만 느릿하게 깜박였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빨리 안 오냐. 슬쩍 뒤돌아 슬핏 입꼬리를 올린 채 웃는 모습에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에 굳어있다 빨리 오라는 윤기의 재촉에 걸음을 뗐다. 보폭을 맞춰걸으며 손장난만 치는데 속에서 있던 미열이 끝없이 올라온다. 옆에서 얼굴도 보기 힘든데 밥을 먹으며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할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났다. 군대를 제외하고 대학생활 2년 동안 이렇게 바보같이 한 사람을 좋아할 거라는 것은 제 자신도 몰랐던 일이었다. 강의실을 잘못 찾아서 마주친 선배가 윤기가 아니었다면 지금 윤기와 걸으며 이렇게 얼굴에 열이 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금 강한 인상 때문인지 딱히 다가온 사람도 거의 없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차피 안 될 거라면 처음부터 모르는 게 훨씬 낫다. 한참을 걸으며 식당으로 들어가 대충 아무거나 고르고 배식을 받고 돌자 먼저 앉은 윤기가 멀리서 손을 흔든다. 식판을 들고 순간 멈칫하다 천천히 윤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윤기의 앞에 앉자 느껴지는 시선에 밥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국을 떠먹었다.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먹기만 하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턱을 괸 채 웃고 있는 윤기의 모습에 쿨럭이며 물을 찾았다. 언제 떠온 건지 모르게 물을 내밀어 주는 다정한 손에 급히 물을 들이켠 남준이 작게 기침을 뱉어내며 빨개진 눈으로 윤기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놀라?"
"아니, 그렇게 쳐다보니까..."
"내가 어떻게 쳐다봤는데?"



 

 사람 떨리게 쳐다봅니다, 선배가요. 차마 뱉지 못할 말을 밥과 함께 삼킨 남준이 다시금 열이 오르는 얼굴을 느리게 쓸어내리곤 숟가락을 내려놨다. 저는 아까부터 먹지도 않고 쳐다봤으면서 음식 남기기 말고 다 먹으라 난리다. 내려놓은 숟가락을 다시 집어 들어 입에 욱여넣는데 뭐가 그리 웃긴지 계속 웃고만 있는 윤기에 체할 것 같아 남준이 눈을 꾹 감고 밥을 씹었다. 결국 식판에 남은 게 없자 일어나자며 웃고는 제 식판을 들고 먼저 나간다. 자기는 건드리지도 않았으면서. 다 먹은 식판을 정리하고 식당을 나온 남준이 눈앞에 내밀어지는 캔에 놀라 얼빠진 소리를 내며 문에 부딪혔다.



 

"악!, 으.. 놀랐잖...아요."
"뭐야, 왜 이렇게 놀라고 그러냐. 무서워서 장난을 치겠나."



 

 안 치면 되잖아요, 장난을! 윤기에게 소리를 지르려다 만 남준이 놀란 가슴만 쓸어내리며 내밀어진 캔을 받았다. 어, 내가 좋아하는. 순간 드는 헛된 생각에 고개를 세차게 저은 남준이 뚜껑을 따고 마시려 하는데 틱, 하는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가는 캔뚜껑에 인상을 썼다. 생각해보니 캔 음료는 항상 호석이나 아니면 지민이 따서 줬던 것만 마신 저였다. 캔 주위에서 어색하게 떠도는 손을 말아 쥐고 그대로 내리는데 손에서 머무르던 차가운 캔이 사라졌다. 멍청하게 빈손만 바라보던 남준이 앞에서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제 손에 돌아오는 캔을 보고 눈만 끔벅이자 앞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이가 몇인데 이거 하나 못 따냐."
"...손톱이 짧아서 그런, 거거든요."
"내 손 안 보이냐, 너가 짧은 거면 난 없다. 없어. 근데, 그 덩치로 쩔쩔매는 게 귀엽네."

 


 

 이거다. 윤기의 문제점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사람 떨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 끝이 없는 이 열병은 아마 졸업하고 나서도 채 낫지 못할 거 같아 한숨만 비집고 나왔다. 분명 머리가 노을 주변의 물든 구름 같았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차분한 흑발까지 보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잘생겼다는 생각보단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얼굴이었다. 평소에 날카롭던 눈매가 웃을 때 사르르 접히는 것도 보기 좋았고 그다지 어린 인상이 아님에도 웃을 때면 어린아이처럼 웃는 얼굴이 예뻤다. 아마 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적은 것도 윤기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에 한 건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윤기를 좋아하면서 남준의 인생에서 1순위가 된 것은 입조심이었다. 초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입이 멋대로 고백을 뱉어낼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이렇게 같이 있을 때면 더 그랬다. 분위기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제가 여자도 아니었으니 남준은 이 감정을 꾹꾹 담아눌러야만 했다. 이미 넘쳐흐르고 있음에도 모른 척 무시했다.



 

"근데, 준아. 너."
"...어, 어, 네?"
"내가 싫냐, 아니면 무섭냐."



 

 그게, 무슨. 놀란 눈을 감추며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린 남준이 윤기를 쳐다봤다. 그래, 저 호칭도. 다른 사람을 부를 때 끽해야 성만 떼고 부르는데 왜 자신만 이름 마지막 글자만 그것도 다정하게 부르느냔 말이다. 아, 다정은 조금 내 착각인가. 싫냐며 조금은 가라앉은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윤기에 무슨 소리냐, 싫어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거다, 하고 말할 뻔한 남준이 다시 한 번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내쳐질 마음이라면 저는 애초에 내쳐지지 않게 꽉 붙들고 있을 것이다. 아프지 않게. 아플 거라면 묶여 도망가지 못해 쓸리는 게 낫다. 칼에 찔려 갈기갈기 찢기는 것보단 헤지는 편이 덜 아프니. 대답, 얼른. 저를 올려다보는 눈은 남준 제 자신만이 오롯하게 담겨 있었다. 당연한 게 맞는데고 이미 열로 가득 채워진 머리는 그마저도 좋다고 심장을 뛰게 했다. 이러다 좋아한다고 말실수를 하기도 전에 눈치 없이 울려대는 심장에 들킬 판이다. 윤기의 귀가 예민하단 걸 알고 있어 설마 들릴까 한 발짝 떨어지던 남준이 그대로 밑으로 추락하는 느낌과 동시에 누가 제 팔을 꽉 잡았다. 뒤가 계단인 걸 잊고 있었다. 그래봤자 겨우 한 칸 디딘 건데 윤기는 적잖이 놀란 듯 팔을 잡고 남준을 살피다 남준의 팔을 잡아끌어 다시 올라오게 만들었다.

 


 

"사람 놀라게 하는 건 뭐 있다."
"제, 제가 더 놀랐거든요? 다치는 건 난데..."
"그러니까, 내 말이."


 


 

 아, 뜨겁다. 무뚝뚝하지만 천성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저 걱정만 담긴 목소리, 말투임에도 바보같이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 얇은 팔이 단단하게 자신의 팔을 잡고 있었다. 머리가 뜨거웠다. 머리를 가득 채운 감정에 어지럽다고 느낄 정도로 머릿속이 뒤죽박죽 섞였다. 헛된 기대는 더 큰 상처를 불러오기만 하는 걸 모르는 게 아닌데, 이상하게 기대를 하고 만다. 입술을 한 번 물었다 놓은 남준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오늘따라 왜 아무도 안 다니는지 모르겠다. 평소면 지민이나 태형이 어딘지 알고 찾아와 윤기나 제게 치대기라도 할 텐데 잠잠하다. 남준 혼자만 어색하게 있는 분위기에 윤기가 남준의 팔을 잡은 손을 놓고 대화 주제가 기억이 났는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아, 준아. 근데 대답은 해야지.


 


 

"...네? 무슨, 뭔 대답..이요?"
"내가 싫은 건지, 무서운 건지."

 



 

 나 좀 궁금한데. 벽에 기대 씩 웃으며 남준에게 향한 시선에 멍하니 그 모습을 보던 남준이 황급히 고개를 창밖으로 던졌다. 날이 참 좋네. 표정 유지가 힘들어 제멋대로인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딴청을 피우던 남준이 윤기를 흘긋 쳐다보다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안, 안 싫어하는데.. 요. 그럼 무서운가? 대답. 무섭냐는 물음에 남준이 빠르게 고개를 내젓는데 또 가까워진 윤기에 상체를 몸을 살짝 뒤로 뺐다. 윤기가 잡아끌어준 덕에 이번엔 뒤가 벽이었는데 그게 더 문제라면 문제였다.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복도는 윤기의 검은 머리에 빛을 더해줬다. 등에 딱딱한 벽이 닿았을 때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남준이 눈만 굴리며 천장만 쳐다봤다. 여전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채 남준을 올려다보던 윤기가 손을 뻗었다. 그대로 볼에 닿는 따듯한 손에 눈을 감으려다 만 남준이 윤기를 내려다봤다. 볼 부근을 쓸어내리다 쿡 찌르는 손길에 남준이 얼굴을 살짝 찡긋거렸다. 그런데, 왜.

 



 

"안 웃지. 나랑 있을 때."
"아니, 봐, 봐요. 저 지금도 웃고 있는..."
"그러니까 억지로 말고. 다른 애들이랑 있을 땐 잘만 웃더니 왜 날 보면."

 



 

 여기 보조개가 안 보이냐고. 보기 좋은데. 정확히 보조개가 파이는 곳에 손가락을 꾹 누르는 윤기에 발음이 질질 새 변명을 하는데 윤기의 마지막 말에 완전히 녹다운 된 남준이 아마 또 빨개졌을 얼굴을 돌려 피했다. 손가락이 닿은 지점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화끈거리기까지 하는 얼굴에 손을 올려 막은 남준이 작게 우는소리를 냈다. 오늘 어쩐지 저가 버스를 안 놓쳤나 싶었다. 아마 이렇게 곤란하려고 그랬나 보다. 이쯤 되면 윤기가 모르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이미 밑바닥까지 보인 것 같아 포기한 남준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윤기의 손을 잡아내렸다. 단순히 잡기만 했는데도 닿은 곳이 데일 듯 뜨겁다. 순순히 손을 내리는 윤기에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춘 남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안, 안 웃는 게 아니고."
"못 웃는 거다?"
"네, 그게... 어?"
"그게 날 좋아해서고."


 


 

 이, 이 선배가 이걸 어떻게 알, 아. 다 알고 있다는 듯 부러 고개를 끄덕여가며 제 대답을 앞에서 먼저 말해버리는 윤기에 사고회로가 정지한 듯 굳은 남준이 입을 다물었다.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뜨거웠다. 대체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안 거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닥쳐오니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입으로 직접 말하기 전에, 감정을 전하기도 전에 이미 제 이 감정은 제 손에 없었다. 이제 윤기를 보는 일은 그른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지금까지 알면서도 싫은 티를 내비치지 않은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판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어떻게 아냐 물을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머리부터 천천히 열에 잠식되어가는 몸이 뜨거울 뿐. 티가 그렇게 많이 났나 싶다. 나름 숨긴다고 숨긴 건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편해졌다. 여전히 머리는 뜨겁게 열을 내고 있었지만 이거까지 티를 내면 안 될 거 같았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남준이 윤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네, 좋아해서. 근데, 그렇게 티가 났어요?"
"어, 좀 많이. 근데 숨기려고 하길래, 귀여워서 내버려 뒀더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 같아서."


 


 

 좋다고 티는 내는데 고백을 안 해. 아무리 하라고 떠먹여줘도 고백을 안 하는 거야. 답답해서 살겠냐고, 내가. 눈 근처부터 더 뜨거워지는 것에 감고 있는데 들리는 말에 남준이 퍼뜩 눈을 떴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올려다보는 윤기에 남준이 멍하니 제 앞에 외사랑 상대를 응시했다. 한 걸음 더 가까이 온 윤기가 제 앞에 있는 덩치만 큰 후배에게 손을 뻗었다. 그대로 목덜미를 붙잡자 눈에 띄게 움찔하는 몸이 귀여워 소리 없이 웃었다. 준아.

 



 

"내가 미쳤다고 남자새끼 열 나는 거 같다고 이마를 맞대겠냐."
"그, 그럴 수도 있..죠."
"그럼 나도 나지만 그 새끼도 아주 기겁을 하겠지."


 


 

 내 행동의 하나하나가, 전부가, 너인데. 왜 당사자는 하나도 모르냐, 진짜. 소탈하게 웃으며 남준의 볼을 톡톡 친 윤기가 눈을 접어웃었다. 순하게 접히는 눈매는 시선을 빼앗기 충분했다. 뜨거워서 김이 서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야를 밝게 트여졌다. 불같이 뜨겁던 머리는, 목은 천천히 열이 내려가고 있었다. 늘 완벽히 마주치지 못하던 눈을 오랫동안 마주할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아 얼굴을 만지작거리는 남준에 결국 웃음을 터트린 윤기가 남준의 손을 잡아내려 깍지를 꼈다. 닿기만 해도 미칠 듯 뜨거웠던 손은 이제 따스하기만 했다.


 


 

"좋아해, 준아. 어쩌면 너보다 더, 내가. 너를."


 


 

 아, 열은 이제 완벽하게 내렸다.


첫 전력 참가인데 제 느림과 게으름에 퀄은 떨어지는데 시간 안에는 내야하는 터라 매우 짧게 올리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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