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홉른썰

[슙홉/슈홉] 고양이

주방장 2017. 3. 26. 16:24

 

 

슙홉 오늘따라 삘터지네
내 취향은 확고한 쓰레기공, 후회공이라 이런 글 밖에 나오지 않는다 씹ㄹ... 나만 좋으면 돼...


고양이 반인반수 호석이를 키우는 윤기. 사실 호석이는 그리 비싼 순종도 아니고 길에 버려져있던 걸 윤기가 불쌍해서 데려온 거. 길에서 데려온 애 치고는 성격도 한 성격해서 윤기 손에 흉터는 사라질 날이 없고 살갑게 불러도 잘 오지도 않음. 무시는 기본에 사고치는 거는 덤인 수준인데도 호석이한테 콩깍지가 씌인 윤기는 다 사랑스러움.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게 윤기가 아프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은근슬쩍 옆에서 재롱아닌 재롱도 부리고 팔이나 손 같은데 핥아주고 그래서임. 그래도 호석이는 반은 사람이니까 사람모습으로 있을 거 아님? 동물이라는 의식보다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더 크니까 슬슬 애가 질림. 권태가 옴, 호석이라는 존재에. 그래서 점점 신경을 쓰지 않게 되고, 무심하게 돼 잘 챙겨주지도 않음. 사고라도 치면 엄청 혼내고 그래서 호석이는 특유의 성격이 아닌 소심한 성격이 됨. 윤기 눈치보고 행동하고 배고파도 윤기한테 챙겨달라 그러지도 않음. 윤기는 더 이상 호석이를 챙겨주지도 않고 집에도 잘 안 들어오니까 호석이는 현관에서 윤기 언제오나 기다리다가도 윤기 기척 느껴지면 귀찮아할까 집에 들어가서 고양이인 채로 숨어있고 하는 덕에 윤기는 호석이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크게 개의치 않음.  애가 알아서 숨죽이고 사니까. 원래 고양이면 도도하고 그래야하는데 이제는 윤기 눈치보고 하느라 더 이상 호석이는 고양이같지가 않음. 사람 손을 잘 안 탄다 한들 애정을 원하긴 하는 호석인 윤기가 잘 때 고양이 모습으로 웅크려자거나 윤기가 화장실 갔을 때 앞에서 기다려보거나 하는 게 전부. 근데 언제 한 번 호석이가 실수로 컵을 깨트림. 예전 같으면 다친 데 없냐 물으며 걱정해줬을 윤기는 잔뜩 욕을 하며 대충 말을 뱉고 나가버림.


"아, 사고치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못 알아먹냐."
"..."
"출신이 더러워서 그런가. 밥도 그렇게 줘? 바닥에."
"..."
"치워, 깨끗하게."


씨발 이런 쌍욕도 없고 저렇게 말하니까 엄청 서럽겠지. 호석인 버려진 전적이 한 두번이 아니니까 직감적으로 어떻게 굴어야 최소 버려지는 건 면할 수 있겠다는 알 거 아님. 근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하니까 무서움. 버려질까봐. 버려져서 돌 맞은 적도 꽤 있었고 싸움은 더더욱 못 해서 길고양이들 영역싸움에서도 짐. 그래서 호석이는 집에 어떻게든 있어야 했음. 윤기가 챙겨주지 않아 밥은 예전에 윤기가 반인반수에 대한 지식이 없었을 때 사온 사료를 먹어야 했고 물은 윤기 없을 때 수돗물 마시는 게 끝이었음. 반인반수니까 반은 사람인데 동물 먹는 사료를 먹으니 영양균형이 당연히 안 맞음. 심지어 사료도 곧 있으면 떨어지는데 그땐 어떡하나 싶은 호석이는 용기내서 한 번 말해볼까 결심함. 돈 든다고 나가라하면 어떡하지. 이 생각이 제일 1순위로 먼저 들었지만 한 번 말 건네볼 심산으로 현관에서 윤기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 안 돌아옴. 그냥 그럼 오늘도 집에 안 들어오는구나 하면서 몸 말고 자고. 윤기가 호석이를 질려하고 나서 호석이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윤기 집에 불은 늘 꺼져있음. 티비도 불도 안 키고 늘 윤기 기다리거나 먹은 게 없으니 기력 유지하려 자는 게 전부. 아님 윤기방에 조심스레 들어가서 윤기 침대에서 자다가 윤기가 오는 거 같으면 급하게 나가서 자는 척하거나 그게 끝임. 호석이가 한참 윤기를 기다리자 윤기가 오긴 옴. 다만 혼자가 아닌 둘이. 하얀 포메라니안 반인반수를 데리고 온 윤기에 호석이는 신기하겠지. 완전 애기였으니까 막 궁금하기도 하고. 윤기가 애를 안고 들어오면서 잔뜩 웃고 있음. 윤기 웃는 걸 오랜만에 보는 호석이는 또 그 포메라니안보고 좋아죽음. 일단 어린애니까 자기도 귀엽지. 갑자기 나타난 하얀 포메라니안 덕분에 사료얘긴 스킵해버림. 고양이가 아기 다룰 때 어떤지는 알고 있으려나? 막 뽀뽀도 해주는 움짤 있는데 어딨는지 몰라서... 근데 이 포메라니안은 윤기가 분양 받아 온게 아니고 지인의 부탁으로 잠깐 탁아해주는 거였음. 반인반수 병원에 가서 예방접종도 해주라는 지인에 윤기는 알겠다고 하고 또 호석이는 여전히 신경 안 쓰고 잔뜩 웃으면서 "태태, 병원 가자." 하고 나감. 호석이는 그제야 자기가 사료얘기 안 한 걸 기억하고 가려는데 거절당할까 못 말하겠는 거. 아직 조금 남았으니까 사료가 완전히 없어지면 말하자고 생각하곤 남은 사료를 모조리 먹음. 한편 윤기는 병원에 가서 포메라니안인 태태 = 태형이를 의사에게 맡기고 반인반수가 아닌 동물들이 먹는 사료를 보는데 고양이사료가 눈에 밟힘. 호석이가 밥을 먹긴 하던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간호사가 와서 윤기에게 말하겠지.


"수인은 사료 먹이면 안 돼요."
"아, 네. 전에 들어서 알고있, ...왜 안 됐죠?"
"말그대로 반은 사람이라 사람이 섭취하는 영양을 맞춰줘야하고 사료는 동물용이라 애초에 입맛도 영양도 다 몸에 안 좋게 작용해서 영양실조에 쉽게 노출 되거든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반인반수를 귀엽다고 키우다 질리다고 애들을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그런 애들이 어쩔 수 없이 사료만 먹다 영양실조가 심하게 와서 회복도 더뎌지고 또 밖으로 나돌다가 로드킬 당하고 그래요."


그 말을 듣고 윤기는 어딘가 철렁했지만 예전 호석이 성격을 생각하면 안 먹을 애가 아니라는 걸 잘 알아서 금세 생각을 지워버리곤 무서워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태형일 안고 간식 하나 사서 입에 물려주고 집에 옴. 윤기가 집에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사람으로 있던 호석이인데 윤기가 관심을 끊어버린 이후로 사람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거 같은 거임. 태형이가 강아지 모습으로 있을 때 신기해하며 뽀뽀같은 걸 해주는 호석이도 고양이 모습이었음. 처음엔 해코지 할까봐 애 다치게 하지말라고 하려했는데 천천히 다가와서 강아지인 태형이 이마에 코를 톡치며 뽀뽀를 하곤 윤기한테 쪼르르 가는 태형이에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잔게 끝이었으니까. 괜히 신경쓰이는 거 같아 귀찮아진 윤기는 어린 태형일 소파에 올려두고 태형이 밥 해주려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열고 반찬을 꺼내고 간단하게 계란말이도 하려고 재료를 써는데 깨갱하는 소리랑 쿵 소리가 나는 거임. 윤기는 놀라서 거실로 오니까 소파 위에서 사람모습으로 있는 호석이랑 바닥에 떨어져서 낑낑대는 태형이가 보임. 아무리 봐도 호석이가 태형일 밀친 모양새에 윤기가 차가워진 눈으로 호석일 보다 손을 치켜올려 뺨을 세게 때리곤 낑낑대는 태형이가 우선이라 태형일 안아들고 작게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감.


"정 떨어지는 일만 골라한다, 정호석."


뺨 맞은 것도 아픈데 저런 말까지 들어버리니 호석이가 감당할 한도를 넘어서서 결국 눈물을 터트림. 태형일 좋아하는 호석인데 뭐하러 애를 밀치겠음. 어린 태형이가 빨빨거리면서 다니다 미끄러지니까 사람모습으로 변해서 잡아줄려했는데 먼저 떨어진 후였으니 굳은 건데 윤기는 멋대로 자길 때렸으니 상처가 얼마나 크겠음. 처음부터 믿음이라는 게 없었다거나, 사라진 거거나. 둘 중 하나일 게 뻔한 상황에다가 자길 볼 때 윤기 눈은 부드러웠는데 아무것도 안 비치고 차갑기까지 했으니 아무리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고양이라 해도 느낄 거 아님. 그리고 호석이는 그와 다른 케이스라 눈치도 빠르고 신경을 쏟기도 엄청 쏟는데 윤기 모습을 모를리 없고. 먹은 것도 얼마 없어 사람 모습을 유지하기도 힘든 호석이는 고양이로 변해 부엌에서 태형이 밥먹이고 있는 윤기 다리 옆에 조심스레 앉아 꾸벅꾸벅 졸음. 고양이라도 정이 필요한데 호석이는 아무것도 없잖음. 자기가 비싸고 귀티나는 고양이도 아니고 그저 길에 흔히 보이는 고양이들 중 하나랑 다를 바가 없는데. 그렇게 꾸벅꾸벅 졸다가 윤기 일어나면 같이 일어나서 자기 집으로 가고. 태형일 데리고 방문을 닫아버리는 윤기에 호석인 신경 안 쓰는 척하다가도 우울해져있는데 배고픔. 목도 마른데 물도 없고. 물이야 수돗물이나 냉장고에서 생수 마시면 되는데 뭔가 못 마시겠는 거. 결국 호석이 선택은 윤기에게 말하는 대신 밖으로 나가 길고양이들 먹으라고 해놓은 사료랑 물을 먹는 거였음. 작은 마당이 있는 창문을 살짝 열고 나가 마구 돌아다니다 보면 캣맘들이 고양이 먹으라고 사료를 챙겨준 곳이 나옴. 호석인 빠르게 거기 가서 허겁지겁 먹고 그 옆에 있는 물도 최대한 빠르게 먹고 빠져 나옴. 고양이들 영역싸움에서 이길 자신도 없고 제대로 된 걸 먹지 못했으니 몸이 야위어서 힘도 없었음. 겁은 또 많아서 빠르게 집으로 돌아오고. 윤기가 나가면 자기도 맞춰서 나가서 먹고 들어오는데 오늘은 먹다 뭔가 호석이 몸을 가격함. 툭 떨어지는 게 돌이고. 동네 어디에나 있는 심보 이상한 애들이 호석이보고 돌을 던짐. 겁이 많은 호석이는 한참을 맞다가 그제야 피해서 도망침. 꽤 오래 맞았다보니 이곳 저곳 생채기가 많이 나고 더러워져 잠시 높은 담장에 올라 상처 난 거 핥고 그루밍하면서 털을 정리하는데 누군가가 또 세게 물어서 그대로 담장에서 떨어짐. 확인해보니 영역의 주인인 고양이였고 호석인 그대로 빠르게 도망침. 얼굴 위쪽이랑 오른쪽 귀가 할퀴어져서 상처가 육안으로 확연하게 보임. 빠르게 집으로 돌아간 호석이는 자기 집으로 들어가서 상처난 곳 핥고 집에서 잘 안 나감. 잔뜩 더러워진 상태라 나갔다간 이상하게 보일까 못 나가는 거였음. 그런데 무슨 일인지 윤기가 이제 집에만 있음. 종강이기도 하고 태형이 때문이기도 한 거. 윤기가 집에 있음 나가기가 어려워지는데 윤기가 화장실을 갈 때 몰래 나와서 사료를 먹고 또 돌아올 땐 윤기가 잠시 자리를 비울 때나 들어옴.


그렇게 그런 생활을 2주 가까이 하는데 어느 날 호석이가 사료를 먹는 도중 제대로 싸움이 붙음. 자신의 영역에 있는 호석이가 못마땅했는지 잔뜩 공격하고 도망치면 끝까지 따라가서 물고 할퀴고 함. 호석이는 덕분에 도망치기 바빠서 최대한 주위 배회하느라 집에 못 감. 목덜미는 물려서 살짝 피를 보고 있었고 그외 다른 곳은 할퀴어지고 물려서 하얗고 검은 점이 있는 호석이 몸이 군데 군데 빨갛게 물들음. 오른쪽 뒷다리랑 왼쪽 앞다리는 상처가 꽤 커 절뚝절뚝 걸었고 윤기 집 마당으로 겨우 들어온 호석이는 태형이랑 티비보는 윤기를 생각할 겨를도 없어 절뚝이면서 집으로 들어옴. 한편 윤기는 호석이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있어서 또 집에서 자고 있겠거니  하고 태형이랑 티비 보고 있는데 마당 창문 열린 틈에서 심하게 다친 호석이가 걸어들어오니까 그대로 표정이 굳겠지. 심지어 뒷다리 앞다리 둘 다 상처도 꽤 큰데 절뚝거리면서 집에 들어가고 호석이가 온 자리 그대로 핏방울이 떨어져 있음. 근데 윤기는 호석이가 왜 나간지를 모르잖음. 알아서 밥도 잘 먹고 집에서 알아서 잘 있는 줄 아는데. 그러니 그냥 나가서 싸우고 들어오는 걸로 착각을 하겠지. 그러게 누가 나가서 설치랬나 하고 넘겨버림. 그래도 핏자국이랑 절뚝거리던게 신경쓰이고 하니까 핏자국은 다 닦이버리고 집안을 뒤져서 약을 찾고 호석이를 부르려고 보니까 애가 다친 채 그냥 잠듦. 그루밍할 여력도 없었고 피곤하기도 하고 기력유지가 가장 큰 이유여서 자는 호석이인데 윤기는 자는 거 보고 괜찮나 싶어서 애 깨면 약이나 발라줄 심산으로 다시 태형이랑 있는데 생각해보니 태형이가 내일 감. 태형이가 집에 온지 한 달이 좀 안 됐는데 벌써 시간이 다 됐다는게 아쉽고 그럼. 그래서 지금 시간이 별로 늦지 않았으니까 태형이 간식 사서 주려고 태형일 데리고 나가서 태형이 먹고 싶은 거랑 내일 태형이가 갈 때 줄 간식들도 구매함. 그렇게 태형이랑 있다 오니까 시간이 어느새 어둑어둑해짐.


"태태, 이 형이 김남준보다 더 간식 많이 사줬다?"
"그래도 준이 형아가 더 좋아."
"아, 지금 남준이는 태형이 잊고 신나게 놀고 있을텐데."


별 시덥잖은 얘기를 하면서 집에 돌아오자 다시 강아지로 변한 태형이는 먼저 소파로 가서 누워있고 윤기는 씻으러 들어감. 호석이는 그제야 절뚝 거리면서 나와서 누워있고. 이 집에서 아예 나가버릴 생각을 한 호석인 아직 어려 수인모습으로 오래있는 태형이한테 다가가다 갑자기 제 앞으로 오는 태형이에 놀라다가도 사람모습으로 변해 태형이의 하얀 털을 쓰다듬어줌. 사람으로 변하니까 온갖 다친 상처들이 많이 있는데 개중엔 출혈이 심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수두룩했음. 날카로운 돌 파편에 맞은 생채기와 죽 그어진 오른쪽 귀랑 얼굴 위쪽, 빨간 줄이 여러개 그어져있고 물어뜯긴 자국이 있는 목. 그리고 오른쪽 발목에서 부터 종아리까지 크게 찢긴 상처랑 피투성이인 왼팔.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상처도 꽤 많은 상태고 소량의 사료랑 물만 먹고 생활한 터라 마른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지지 않는 게 용이할 정도였음. 비교적 멀쩡한 오른손으로 태형일 쓰다듬으며 태형이에게 입을 여는 호석이임.


"태형이 알아? 윤기 형, 엄청 멋진 거. 내 다섯 번째 주인이자 마지막 주인일텐데, 노래도 잘하고 음식도 잘해. 완전 친절하고 착해."
"근데 나 때문에 형이 날 조금 안 좋아한다, 사고도 많이 치고 내가 너무 많이 다치게 해기지고. 윤기 형 팔에 있는 상처들 다 내가 그런 건데."
"그렇게 나쁘게 굴었는데도 아직까지 안 버렸잖아. 진짜 착하지? 전에는 바로 쫓겨났는데. 그래서 고맙다고, 고마웠다고 하고 싶은데..."


말하기 싫어, 이 집에서 나가기 싫어. 어떡하지?. 점점 말하다 결국 울음을 터트리는 호석이에 태형이는 그저 호석이 손을 핥아주는 거 밖에 못 함. 호석이는 태형이가 앞으로 윤기랑 사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러는 거. 바닥에 주저앉아서 입술만 깨문 채 숨 죽이고 눈물만 떨구는 호석이를 본 윤기는 그대로 굳음. 씻고 나오려는데 호석이가 태형일 쓰다듬고 있길래 보니까 호석이 모습이 완전 말이 아닌 상태이니까 그자리에서 굳었는데 호석이 입에서 나오는 말에 충격일 수 밖에 없음. 오늘 처음 생긴 게 아닌 거 같은 상처들과 호석이가 하는 말에 윤기는 다가갈 수가 없었음. 자기 손으로 저렇게 만들었으니 할 말도 없고 원래 저렇게 약한 애였던가 싶고 왜 저렇게 말랐는지 이해도 안 감. 정 드는게 무서워 일부러 다치게 했다는 말에 이미 아물은 팔을 괜히 한 번 보고 호석일 쳐다보는데 온몸에 상처투성이인게 너무 안쓰러움. 심지어 힘도 없는지 울면서 사람 모습을 유지할 수가 없어 동물로 변하고. 하얀 몸이 잔뜩 더러워져있고 군데군데 많은 상처가 보이는데 뭐 때문인지 자꾸 집으로 들어감. 아마 윤기 때문일 거로 보이는 행동에 윤기는 다가갈 수도 없고 그냥 복잡한 심정으로 태형이 데리고 잠들음. 쉽게 잠든 태형이를 데리고 있던 윤기는 호석이가 자꾸 신경쓰여 잠도 제대로 못 잤음. 아침이 오고 윤기는 태형이 데리고 나갈 채비 하고 밖으로 나감. 나가면서도 호석이가 신경쓰이는데 큰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으로 태형이 데려다 주러 주인인 남준일 만나러 감. 약속장소에서 남준이 만나고 바로 쪼르르 남준이한테 가는 태형이에 괜히 질투나서 호석이 생각하는데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거임. 이 집에서 나가기 싫다는 말이. 그래서 급하게 둘에게 인사를 하고 윤기는 평소 잘 이용도 안 하는 택시를 잡고 집으로 감. 집에 도착하고 나서 문을 여는데 조용해라. 불안해진 윤기가 막 찾는데 거실에 쓰러져 있음, 호석이가. 놀란 윤기는 호석이 안아들고 최대한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가겠지. 그렇게 가서 호석일 보여주는데 의사 반응이 이상한 거. 처음보는 애가 아닌 거 같은 반응임.


"또 얼마 안 보인다 했더니... 그새 버려졌나 보네."
"네?"
"얘, 아마 한 2년. 아, 2년 전부터 돌아다닌 애인데. 영 애가 영역싸움도 못 하고 고양이들한테 맞고 다녔거든요. 근데 안 보이길래 주인이 생긴 줄 알았었죠."
"...네."
"근데 또 얼마 가지 않아서 다시 길거리에 보이고, 사라지고. 다시 몇 개월 후에 다시 돌아다니고. 이렇게 상태가 안 좋아졌을 줄이야."


애가 분명 며칠 사료만 먹은 줄 알았는데 윤기는 의사 얘길 듣고 충격먹음. 약 두 달에서 조금 안 된 시간동안 계속 사료만 먹은 것 같다, 몸이 엉망이다. 그 말이면 윤기네 집에 있을 때도, 태형이가 집에 오기 전에도 먹었다는 소린데. 그 말을 듣고 누가 충격을 안 받음. 제일 편한 집에서도 잘 먹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배고프면 산지 몇 개월도 더 된 오래된 사료나 먹으면서 생활했다니. 따지고 보면 밖에서 사는 길고양이보다 못한 생활을 했다는 건데, 윤기 속은 말이 아닐 거 아님. 상처는 또 심해서 의사가 영양제 맞춰주고 붕대도 감고 또 얘 정들었으니까 간식도 많이 챙겨서 윤기 줌. 윤기가 키운다고 했으니까. 어느 새 이렇게 작아진지 모르겠는 호석이를 보니까 자기가 한 짓이 스쳐지나가겠지. 가장 빨리 떠오른 건 역시 뺨 때린 거. 호석이가 밀쳤다는 증거 하나 없이 바로 애를 때려버린 건데. 그 뒤로 한 말이 뭐더라. 정떨어진다. 상처투성이로 만든 건 다름아닌 자신인 사실에 의사가 가보라 한 후에 조심스레 애 안고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서 제 품에 기대게 하고 호석이 매만졌음 좋겠네. 그 와중에 그릉그릉대면서 좋아하는 호석이에 울컥하기도 하고. 결국 윤기도 그 골골송에 편해져서 잠듦. 한편 편해진 몸에 눈을 뜬 호석이는 그대로 굳음. 제가 누군가에 안겨있다는 사실도 충격적인데 그 주인이 윤기임. 호석이는 자기가 미쳤나 싶겠지. 얼마나 이러고 싶었으면 윤기가 자는 사이에 방문 열어젖히고 그 품에 파고 들었는지 알 수도 없고 윤기가 안 깬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조심스레 나가려다 갑갑하게 감긴 붕대에 인상만 찌푸림. 이게 뭔... 하면서 붕대를 뜯으려고 입 가져가는데 뭔가 호석이 손 아래로 떼고 얼굴 어루만졌으면. 당연히 윤기겠지. 호석이 굳어서 그대로 윤기 쳐다보면 윤기는 자면서도 상처 덧단다고 하면서 애 끌어안고. 붕대로 감지 않은 곳은 털이 부드러우니까 쓰다듬고 정호석은 놀랐는데 좋아서 고양이 상태로 눈물 떨궜으면 좋겠다. 아나 집사로서 너무 맴찢... 그렇게 몇 시간 자고 일어나니까 옆에 윤기가 없음. 그래서 꿈이구나... 하는데 윤기 침대, 붕대도 그대로. 그래서 급하게 나가서 윤기 오기 전에 숨어야지 하는데 밖에 나가니까 윤기가 식사 준비 있고 그대로 호석이 보면서 인상 찌푸렸으면. 아직 다쳤는데 저렇게 뛰댕겨도 되나 싶어서.


"야, 그러다 다친다."
"적당히 하고 이리 와. 저녁 먹어야지."


호석이는 혼나는 줄 알고 알아서 가고 있었는데 윤기 말 듣고 놀라서 윤기 쳐다보면 윤기가 미안해서 틱틱대면서 호석이 좋아할만 한 걸로 밥 차려놨으면. 호석이는 이제 아프지도 않아서 사람 모습으로 와서 조심스럽게 식탁에 앉음. 윤기 말이니까. 호석이는 윤기가 변한게 아니고 그냥 아직도 그런 줄 아는 거. 그러니까 안 버려지려고 윤기 말을 듣는 거였음. 근데 윤기는 모르겠지. 애가 마음 연 줄 알고 밥 챙겨주고 침대로 불러서 자고. 호석이는 그냥 윤기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건데. 호석이는 이 상황이 좋은데 안 믿기겠지. 태형이는 어디로 갔고 윤기가 은근 저를 살갑게 굴어주는지. 버리기 직전이라서 잘해주나 싶고. 그렇게 알게모르게 기죽어있는데 윤기가 호석이 건강도 신경 쓰니까 호석이가 싫어하는 야채들로만도 식사를 차림. 평소대로면 싫다고 난리를 쳐야하는데도 그냥 보자마자 열심히 먹으니까 그제야 이상한 거지. 얘는 여태껏 그냥 먹은 게 아니구나. 이것도 잘난 명령으로 알아듣고 필사적으로 먹는 거인 걸 눈치를 챈 거임. 윤기는 그것 때문에 또 미안해서 뭐라 말도 못하고. 근데 서서히 이제 변하기 시작함. 불러야 오던 호석이가 이젠 슬금슬금 윤기 잘 때 발치에서 자거나 티비보면 발치에 누워서 은근 붙어있음. 그럴 때마다 윤기가 호석이 들어올려서 껴안고 뽀뽀해주면 또 놀라다가도 좋아서 가만히있고.


"미안. 신경 안 써서."


호석이 끌어안고 토닥이니까 사람모습으로 돌아온 호석이가 좋다고 윤기 끌어안고 해피엔딩...! 이제 호석이한테 잡혀사는 윤기... 호석이가 실수로 뭐 깨트려서 혼날까봐 눈치보면 저릿해서 자기가 먼저 치우고 안 다쳤냐고 살피고. 호석이가 태형이 찾으면 표정 굳혀서 걜 왜 나한테 찾냐 그러고...


+)

반인반수 성장은 1~2년이면 다 큰다고 하고 특정 나이 이상으로 안 보인다고 하자. 반수가 반려로 정하면 평생을 산다고도 하고... 몇 년후에 이제 남준이랑 만났으면. 남준이 집에 가니까 다 큰 태형이 있고 호석이는 또 좋다고 태형이한테 가서 애 쓰다듬고. 윤기는 거기에 대고 엄청 질투했으면 좋겠다. 저 개새끼가 뭐가 좋다고 정호석은. 태형이는 승리자 미소 짓고있고. 참다 못한 윤기가 그제야 호석이 부르겠지.


"...정호석 이리 와."
"왜요. 태형이랑... 으...!"


툴툴 대면서도 윤기 옆에 가면 예민한 목 가지고 놀면서 애 앓는 소리 내게 만들고. 윤기 옆에서 동아리 얘기 듣던 남준이는 당황타는데 거기에 김태형도 안 진다는 태도로 남준이 불러서 남준이 목 할짝대면 남준이도 앓는 소리 내고. 이제 결국 둘 다 불붙어서 윤기 나가자 마자 만리장성 쌓고 윤기는 택시를 또 타고 집 가서 호석이랑 그랬다는 후문이.

-
현생 때문에 쓰다가 멈추니 거의 기억이 날라가서 겁나 허접하지만 이런 것도 매우 좋아합니다. 슈홉 슙홉 진리...!!!

'홉른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뷔홉] 그날 본 악마  (0) 2017.03.26
[뷔홉] 타임버스로 아련물  (0) 2017.03.26
[국홉] 사격 국가대표 썰  (0) 2017.03.26
[뷔홉] 악마  (0) 2017.03.26
[홉총] 센티넬  (0) 2017.03.26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